기억을 맡지 마십시오 | playlist
카네시로 조향사가 열한 번째 손님의 향수를 조합하다가 쓰러졌을 때, 그의 코에서 피가 났다. 정확히 말하면, 코피가 아니었다. 코에서 나온 것은 혈액이 아니라 보랏빛 액체였다. 니시무라 경부보인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액체는 이미 마르기 시작하고 있었고, 마르면서 카네시로의 흰 실험복 위에 라벤더색 얼룩을 남기고 있었다. 병원 측은 사인을 급성 심근경색이라고 했다. 코에서 나온 보랏빛 액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아무도. 나를 제외하면. 나, 니시무라 미나세, 서른세 살. 경시청 시부야서 형사과. 이 사건은 내 담당이 아니었다. 카네시로 렌의 사망은 자연사로 처리되었고, 사건 번호도 부여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카네시로의 가게에 세 번 갔다. 아오야마 뒷골목, '렌'이라는 이름의 조향 스튜디오. 완전 예약제. 고객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카네시로는 한 사람을 위한 향수를 만들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냄새. 그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냄새로 번역하는 작업. 나도 고객이었다. 석 달 전 카네시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내 손목 안쪽 냄새를 맡더니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매우 슬프지만 눈물의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울지 않는 사람의 슬픔은 안쪽으로 삭아요. 가죽이 마르듯이. 그 냄새가 나요." 초면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 나는 불쾌해야 했는데, 불쾌하지 않았다. 정확했기 때문이다. 카네시로가 죽은 다음 날, 나는 스튜디오의 열쇠를 그의 누나 카네시로 유우에게서 받았다. 유우는 서른여덟, 세타가야에서 꽃집을 한다. 동생의 유품을 정리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경찰이라는 이유로 자원했다. 진짜 이유는 보랏빛 액체였다. 스튜디오는 시향지 냄새가 가득했다. 수백 개의 향료 병이 선반에 줄지어 있었다. 앰버그리스, 통카빈, 베르가못, 시벳, 아이리스. 라벨은 전부 카네시로의 필체로 적혀 있었다. 가늘고 날카로운 글씨. 향료의 이름 옆에 작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1번부터 10번까지. 고객 번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작업대 위에 비어 있는 시향지 하나. 거기에 '11'이라고 적혀 있었다. 열한 번째 손님. 카네시로가 마지막으로 조합하던 향수의 주인.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했다. 고객 파일을 찾았다. 서랍 안의 노트. 한 페이지에 한 고객. 이름, 나이, 향의 방향, 상담 기록.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열한 번째 페이지는 찢겨 있었다. 누군가 뜯어간 것이다. 나는 향료 병들을 살펴보았다. 작업대 위에 카네시로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병이 네 개 놓여 있었다. 무스크, 히노키, 소금—바다 소금이 아닌 호수 소금—그리고 '무제'라고 적힌 병. 무제. 라벨이 없는 향. 병을 열어 맡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비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코에 가까이 대고 숨을 들이마시자, 이 초쯤 뒤에 뭔가가 왔다. 올라온 것이 아니라 내려온 것이었다. 코에서 뇌로 직접. 냄새가 아니라 감각이었다. 눈을 감게 만드는 감각. 그리고 눈을 감는 순간 보이는 것— 눈이었다. 백색. 일면의. 나는 병을 내려놓았다. 손이 떨렸다. 왜 눈이 보였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향을 맡고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정상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장소였다. 내가 서 있는 장소가 바뀐 것처럼 느꼈다. 삼 초 동안 나는 아오야마의 스튜디오가 아니라 어딘가 하얀 곳에 서 있었다. 카네시로의 코에서 나온 보랏빛 액체. 이 '무제' 향료. 열한 번째 손님. 찢긴 페이지. 연결해야 했다. 유우에게 전화했다. "렌이 마지막에 만들고 있던 향수, 누구 거였어요?" "몰라요. 렌은 고객 이야기를 절대 안 했어요. 다만—" "다만?" "일주일 전에 전화가 왔어요. 렌이. 평소에는 안 하는데. 목소리가 달랐어요. 떨리고 있었어요. '누나, 나 이번 건은 못 할 것 같아'라고 했어요. 왜냐고 물었더니 '이 사람의 냄새를 만들면 내가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라고." "돌아올 수 없다니." "저도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그냥 피곤한가 보다 했어요." 나는 전화를 끊고 스튜디오에 다시 갔다. 밤이었다. 아오야마 골목에 불빛이 적었다. 스튜디오 문을 열면 향이 몰려왔다. 낮과 다른 향이었다. 밤에는 향이 변한다. 습도가 달라지면 분자의 휘발 속도가 달라지고, 같은 공간에서도 다른 냄새가 된다. '무제' 병을 다시 집었다. 이번에는 시향지에 묻혀서 맡았다. 천천히. 깊게. 눈이 다시 보였다. 이번에는 더 오래. 오 초. 하얀 들판. 나는 거기 서 있었다. 발밑에 눈이 있었다. 내 발이 아닌 다른 사람의 발로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들판 저 끝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작은 점. 점이 사람이 되기 전에 냄새가 끊겼다. 나는 눈을 떴다. 시향지를 들여다보았다. 종이 위에 액체가 마르면서 색이 변하고 있었다. 투명에서 보랏빛으로. 카네시로의 코에서 나온 것과 같은 색이었다. 열한 번째 손님은 카네시로에게 무엇을 의뢰한 것일까. 어떤 기억의 냄새를 요청한 것일까. 그 기억이 카네시로를 삼킨 것일까. 나는 고객 노트를 다시 펼쳤다. 찢긴 열한 번째 페이지. 찢긴 자리에 눌린 필적이 남아 있었다. 볼펜의 압력으로 다음 페이지에 전사된 글씨. 빛에 비추었다. 한 글자만 읽을 수 있었다. '미.' 미. 미나세? 내 이름? 나는 노트를 내려놓았다. 스튜디오의 향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수백 개의 냄새가 어둠 속에서 섞이고 있었다. 그 안에서 '무제'의 냄새가,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냄새가, 가장 크게 나고 있었다. 열한 번째 손님이 나일 수 있다는 생각. 석 달 전 카네시로를 찾아간 내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열한 번째로 등록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 내 기억의 냄새를 카네시로가 만들다가 쓰러진 것일 수 있다는 생각. 울지 않는 사람의 슬픔은 안쪽으로 삭는다고 카네시로는 말했다. 그 삭은 냄새를 복원하려다 그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간 것이라면. 시향지 위의 보랏빛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나는 '무제'의 병을 닫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둔 채, 향이 스튜디오를 채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향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이 내 냄새인지 아닌지, 아직 모른다. 알게 되면 나도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병을 닫지 못하고 있다. - All writing and music in this playlist are 추리플리 origi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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