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텔은 죽기 전에 들르는 곳입니다 | playlist
스나이펠스네스 반도가 끝나는 자리, 검은 용암 위로 도로가 닳듯이 사라지는 곳에 그 호텔이 있었다. 호텔이라는 이름은 과분했다. 현무암 벽 위에 양철 지붕을 얹은 이층 건물. 창문 여섯 개, 방 네 개, 식당 하나. 주차장이라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자갈밭 위에 내 차 한 대만 멈춰 있었다. 십일월의 아이슬란드는 네 시가 되기도 전에 해가 졌다. 나는 이미 두 시간을 어둠 속에서 운전해 온 셈이었다. 핸들에서 손을 떼고도 진동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도로의 진동은 몸 안에 남는 종류였다. 뼈가 아직 달리고 있는 것 같은. 멈춘 뒤에도 한참 동안,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계속 달려가고 있었다. 로비라 부를 수 있다면 부르겠지만, 거기에 한 여자가 있었다. 카운터 뒤에 앉아 양초 하나를 켜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옅은 회색이었다. 아이슬란드 사람의 눈은 가끔 그렇다. 빙하의 단면을 닮은 색. 오래 들여다보면 안쪽이 비쳐 보일 것 같은 색. "스베인스도티르입니다. 예약했습니다." "솔베이 스베인스도티르." 여자가 종이 장부를 펼쳤다. 누렇게 변한 종이 위에 만년필 잉크가 번져 있었다. "4번 방이에요. 이층 왼쪽 끝." 열쇠를 건네며 여자는 자기 이름을 말했다. 프레이야. 주인이자 청소부이자 요리사. 이 호텔의 직원은 그녀 한 사람뿐이었다. "손님이 없네요." 내가 말했다. "비수기예요. 어제 한 분이 떠났어요. 지금은 당신뿐이에요." 여자는 양초 하나를 더 켜서 내게 건넸다. "복도에는 조명이 없어요. 익숙해질 거예요." 오래된 나무 계단은 밟을 때마다 목이 쉰 사람의 마른기침 같은 소리를 냈다. 복도의 벽은 하얗다기보다는, 하얀 적이 있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는 벽이었다. 그 위로 양초의 그림자가 나를 따라왔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그림자를 끌고 가고 있었다. 4번 방의 문을 열었을 때, 먼저 들어온 것은 냄새였다. 춥고 넓은 것의 냄새, 라고 적어두기로 한다. 이끼와 현무암과 눈이 내리기 직전의 공기. 창문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열려 있었다. 바람은 대서양에서 온 것이었다. 그 안에 소금과 해조류와 수백 킬로미터의 수평선이 함께 접혀 있었다. 방 안에는 침대 하나, 의자 하나, 책상 하나, 스탠드 하나. 침대보는 아이보리색이었고, 담요는 거칠고 두꺼운 아이슬란드 양모였다. 손바닥으로 쓸어보면 양 한 마리의 겨울이 통째로 만져지는 것 같았다. 코트를 벗고 침대에 앉았다. 스프링이 삐걱거렸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오래된 것은 오래된 소리를 낸다. 오래된 소리는 새 소리보다 믿을 수 있다. 레이캬비크에서 여기까지 차로 세 시간 거리였다. 왜 왔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삼 년 전에 죽은 언니 히들뤼르가 마지막으로 여행한 곳이라서. 그 이유가 맞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히들뤼르는 여기서 이틀을 보내고 레이캬비크로 돌아가, 석 달 뒤에 죽었다. 폐암이었다. 서른여섯이었고,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아침마다 강가를 따라 달리는 사람이었다. 세상에 말이 되지 않는 일이 있다면, 히들뤼르의 폐암이 그것이었다. 드물지만 일어난다고, 의사는 말했다. 어떤 통계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히들뤼르가 왜 죽기 전에 여기까지 왔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찾으러 온 것인지, 아니면 그저 히들뤼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을 나도 한번 보고 싶어서 온 것인지, 그것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책상 서랍을 열었다. 습관이었다. 대개는 성경이나 관광 안내서가 있고, 가끔 누군가가 두고 간 머리핀이나 접힌 영수증이 있다. 이 서랍에는 노트가 있었다. 몰스킨 노트. 검은 표지. 고무 밴드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나는 고무 밴드를 풀었다. 첫 페이지에 글씨가 있었다. 아이슬란드어가 아니었다. 한국어였다. — 여기까지 오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핸들에서 진동이 빠지지 않는다. 나는 노트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내 손을 보았다. 손가락 끝에 아직 진동이 남아 있었다. 우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도로를 달리면 누구든 진동이 남는다.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 침대 스프링이 삐걱거린다. 오래된 소리는 새 소리보다 믿을 수 있다. 방금 내가 한 생각이었다. 정확히 같은 문장이었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떠올렸을 뿐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이 차가워졌다. 방 안의 공기가 바뀌고 있었다. 온도가 아니라 밀도가. — 언니가 여기 왔었다. 석 달 뒤에 죽었다. 왜 여기 왔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노트를 닫았다. 열었다. 다시 닫았다. 이 노트를 쓴 사람에게도 죽은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도 죽기 석 달 전에 이 호텔에 왔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패턴이었다. 이 호텔은 죽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었고, 남겨진 사람이 뒤따라 오는 곳이었다. 다음 페이지를 펼쳤다. 글씨가 떨리기 시작했다. 쓰는 손이 가만히 있지 못했다는 뜻이다. — 밤에 오로라가 나왔다. 초록이 아니었다. 보랏빛이었다. 보랏빛 오로라는 드물다고 프레이야가 말했다. 드문 것은 대개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대개 짧다. — 오로라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언니도 이것을 봤을까. 이 창문에서. 이 각도로. 이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언니의 눈에도 보랏빛이 비쳤을까. 비쳤다면, 그 빛은 언니의 안쪽 어디까지 닿았을까. 나는 노트에서 눈을 떼었다. 창문을 보았다. 아이슬란드의 밤은 다른 곳의 밤과 다르다. 다른 곳의 밤은 어둡지만, 아이슬란드의 밤은 깊다. 바다 깊이에 가까운 깊이. 수면 아래로 한 뼘씩 내려가는 것 같은. 그리고 하늘 한쪽 끝에서, 초록빛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초록이 연한 보라로 번졌다. 방금 내가 노트에서 읽은 색. 나는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갔다. 어깨에서 양모 담요가 미끄러졌다. 다시 끌어올려 둘렀다. 태양의 입자가 대기의 질소와 부딪혀 그 빛을 낸다고 과학은 설명한다. 그러나 이 창문 앞에 서면 과학은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준다. 빛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숨을 쉬는 것처럼. 들이마시고, 내쉬고. 나는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 이 노트를 두고 가기로 했다. 다음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다음 사람도 누군가를 잃은 사람일 것이다. 이 호텔은 그런 사람들이 오는 곳이니까. 프레이야에게 물었다. 이 호텔에 오는 사람들은 다 이런 사람들이냐고. 프레이야는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빙하색 눈으로. — 다음 사람에게. 당신이 누구를 잃었든,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마 이 빛이었을 것입니다. 이 창문 너머의 이 빛. 그것을 당신이 지금 보고 있다면, 당신과 그 사람은 같은 빛 안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시간은 다르지만 빛은 같습니다. 같은 빛이면 같은 곳입니다. 같은 곳이면, 어쩌면 같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 서랍을 닫아주세요. 다음 사람을 위해. 나는 노트를 천천히 덮었다. 고무 밴드를 다시 감았다. 서랍에 넣었다. 곧바로 닫지는 않았다. 대신 노트 옆에 내 손을 가만히 넣어보았다. 서랍 안의 나무가 차가웠다. 수십 년 동안 누군가의 물건들을 담아온 서랍의 차가움. 노트의 표지가 내 손등에 닿았다. 이 노트를 쓴 사람의 손이 내 손 위에 가만히 겹쳐지는 것 같았다.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했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이 사람도 언니를 잃었다. 이 사람도 이 침대에서 스프링의 소리를 들었다. 이 창문에서 오로라를 보았다. 떨리는 손으로 글을 썼다. 그러고는 다음 사람을 위해 노트를 두고 갔다. 같은 빛이면 같은 곳이라고, 이 사람은 적어두었다. 창문 너머에서 보랏빛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빛이 빠져나간 자리에 별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별과 별 사이의 어둠이 너무 선명해서, 손을 내밀면 그 어둠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들어 올 것 같았다. 히들뤼르가 여기에서 무엇을 봤는지, 나는 이제 알 것 같았다. 오로라가 아니었다. 이 빛이 아니었다. 히들뤼르가 본 것은 빛이 사라진 뒤의 어둠이었다. 그 어둠 안에서 비로소 떠오르는 별이었다. 빛이 가장 강할 때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빛이 빠져나가야 별이 나타난다. 히들뤼르는, 자기 안의 빛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의사가 말해주기 전부터. 어쩌면 자기 몸이 자기 자신에게 먼저 말해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빛이 다 빠진 다음에 무엇이 남는지 보러. 별이 남는 것을, 미리 한 번 보러. 서랍을 닫았다. 내일 아침, 체크아웃을 하면서 프레이야에게 물어볼 것이다. 이 호텔에 늘 이런 사람들이 오느냐고. 프레이야는 웃기만 할 것이다. 빙하색 눈으로. 대답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이 호텔 자체가 이미 대답이니까. 양모 담요를 어깨에 다시 두르고, 의자에 앉았다. 잠은 오지 않았다.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 밤은 깨어 있어야 하는 밤이었다. 히들뤼르가 깨어 있었던 밤이니까. 창밖에서 별이 하나, 또 하나 늘어나고 있었다. 빛이 빠져나간 자리마다. 빛이 빠져나간 자리마다. --- ✉ [email protected]

Secret of the Yellow Tram | playlist

Not a Confession, It's a Surrender | playlist

Sipping Solitude in a Wine Cellar | playlist

한여름 밤의 꿈

Meow Music | 80's Tokyo Funky Lofi Playlist 🎧 | Broadcasting Beyond | Relax & Chill & Study to

Shoot the Fake Paradise | playlist

Playlist | Blue Misunderstanding, piano, first love, summer nights, instrumental piano

playlist | Summer, After Sunset

a bruise in the developer | playlist

The Jazz Bar of Death

drowning in summer | playlist
![[Playlist] Soft Vocal Jazz · Still Here, Alone | 혼자 있는 날, 비어있는 마음의 재즈](https://i.ytimg.com/vi/WNDVRErMgJo/hqdefault.jpg?sqp=-oaymwEjCNACELwBSFryq4qpAxUIARUAAAAAGAElAADIQj0AgKJDeAE=&rs=AOn4CLCVzB1ZOFsP5gMqd-S-s66eErxogw)
[Playlist] Soft Vocal Jazz · Still Here, Alone | 혼자 있는 날, 비어있는 마음의 재즈

a tomato that bloomed at the end of the world | playlist

회상 回想, 머문 기억

The Forest That Swallowed Summer | playlist

MOODY - Night Lo-Fi Hip Hop Mix, Vol.2 | For Evening Focus and Study

The Missing Body and the Leftover Gore-Tex Jacket | Playlist

I had a long dream, too.

what it feels like waking up to rain at 3 am (playl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