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 사이로 반듯하게 흐르는 하우스|ʜᴏᴜsᴇ ᴘᴏᴘ ᴘʟᴀʏʟɪsᴛ|
2004년의 어느 늦은 밤, 퇴근 시간은 진작 지나 있었지만 사무실은 완전히 비워지지 않았다. 누런 형광등 몇 개가 천장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뚱뚱한 CRT 모니터는 낮은 전자음을 내며 책상 위에 버티고 있었다. 화면에는 끝내지 못한 파일들이 겹쳐 있었고, 오래된 메신저 창은 몇 시간 전 대화에서 멈춰 있었다. 누군가 급히 적어둔 메모는 키보드 밑에 반쯤 깔려 있었고, 종이컵 안의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어 표면에 얇은 막이 생긴 뒤였다. 창문 밖은 새벽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먼지 낀 유리 너머로 푸른빛이 아주 조금씩 들어왔지만, 사무실 안쪽까지 닿기에는 부족했다. 파티션 사이에는 낮 동안 남겨진 기침 소리와 전화벨의 잔향, 복사기에서 올라오던 열기, 급하게 닫힌 서랍의 진동 같은 것들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사람들은 모두 돌아간 것처럼 보였지만 책상마다 놓인 머그컵과 벗어둔 재킷, 비뚤어진 의자가 조금 전까지 누군가 이곳에 있었다는 걸 계속 증명하고 있었다. 한 사람만 자리에 남아 있었다. 오늘 안에 끝내야 했던 일은 이미 내일로 넘어갔고, 내일 해야 할 일은 미리 오늘을 침범한 상태였다. 화면 오른쪽 아래의 시계는 계속 숫자를 바꾸고 있었지만, 그 숫자가 더 이상 특별한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몇 시에 시작했는지, 몇 시에 끝날 예정이었는지, 마지막으로 제대로 집중한 순간이 언제였는지도 흐릿했다. 책상 위에는 정리되지 않은 순서만 남아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처리하지 못한 문장들이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맴돌았다. 그는 잠시 손을 멈추고 서랍 안쪽에서 오래된 헤드폰을 꺼냈다. 이어패드 한쪽은 조금 벗겨져 있었고, 케이블은 몇 번이나 접혔다 펴진 흔적 때문에 군데군데 굳어 있었다. 플러그를 본체 앞쪽 단자에 꽂자 잠깐의 잡음이 흘렀고, 그 뒤로 아주 정확한 킥이 시작됐다. 화려한 시작도 없고, 갑자기 모든 게 달라지는 순간도 없었다. 그저 일정한 4박자가 사무실 바닥을 천천히 밀고 지나갔다. 처음에는 음악과 사무실 소리가 서로 섞이지 않았다. 킥은 킥대로, 형광등은 형광등대로, 본체 팬은 팬대로 각자의 속도로 움직였다. 그러다 베이스가 들어오고, 하이햇이 박자 사이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공간 전체가 조금씩 같은 리듬 안으로 들어왔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는 퍼커션처럼 짧아졌고, 마우스 클릭은 박자 뒤에 붙는 작은 악센트가 됐다.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마저도 일정한 템포에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밀린 일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 파일 이름도 그대로였고, 수정해야 할 부분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 할 일들이 더 이상 한꺼번에 덮쳐오는 덩어리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 줄 쓰고, 한 번 저장하고, 한 칸 넘기고, 한 모금 마시는 동작들이 각자의 박자를 갖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끝낼 수는 없어도, 적어도 다음 동작 하나쯤은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사무실은 낮과 전혀 다른 장소가 됐다. 낮에는 누구의 자리인지, 어떤 업무를 맡았는지, 어디까지 끝냈는지가 중요했지만, 새벽의 사무실에는 그런 구분이 거의 남지 않았다. 이름표가 붙은 파티션도, 직급이 적힌 전화기 버튼도, 결재를 기다리는 문서도 모두 같은 어둠 안에 놓여 있었다. 그 위로 하우스만 반듯하게 흐르고 있었다. 누구를 재촉하지도 않고, 무엇을 평가하지도 않은 채, 같은 박자를 계속 건네면서. 누군가는 그 밤을 야근이라고 불렀을 것이고, 누군가는 실패한 일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잠깐 다른 이름이 필요했다. 끝내지 못한 하루와 아직 시작되지 않은 내일 사이,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 시간. 모니터 빛과 형광등 사이에서 혼자만 알고 있는 작은 층. 그곳에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보다, 지금 이 박자가 끊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더 중요했다. 새벽빛이 창문에 선명하게 걸릴 무렵, 사무실 안의 색도 천천히 바뀌기 시작했다. 누런 형광등 아래 있던 책상은 푸른빛을 조금씩 받아들였고, 먼지가 내려앉은 모니터 표면에는 희미한 반사가 생겼다. 음악은 여전히 같은 속도로 이어졌고, 커피는 끝내 다시 따뜻해지지 않았지만, 그는 더 이상 처음과 같은 표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았다. 모든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엉켜 있던 하루가 조금 덜 엉켜 보였다. 그날 이후, 그 사무실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이면 오래된 컴퓨터 사이로 일정한 킥이 들린다는 이야기. 밀린 일이 많은 날일수록 베이스가 더 선명하게 울린다는 이야기. 누군가 헤드폰을 벗어두고 자리를 비운 뒤에도, 한동안 하이햇 소리가 형광등 진동 사이에서 계속 남아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주 가끔, 야근으로 지친 누군가가 그 자리에 앉아 오래된 헤드폰을 쓰면 같은 음악이 다시 시작됐다. 밀린 일은 여전히 밀려 있었고, 시간은 여전히 부족했지만, 적어도 그 몇 분 동안은 모든 것이 한 박자 안에 정리됐다. 어긋난 일정, 멈춘 커서, 식은 커피, 지워지지 않은 메모. 아무것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하우스만은 끝까지 반듯하게 흐르고 있었다. 🎧 본 영상에 사용된 음악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음원입니다. 음원, 가사, 편곡 및 영상 구성의 무단 복제, 재업로드, 편집, 리믹스, 샘플링, 상업적 사용 및 타 플랫폼 배포를 금지합니다. 사용 문의는 댓글 또는 메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 [애용이애용].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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