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꼬였는데 이상하게 자꾸 다음 장면이 생기는 사이였다|ᴊᴀᴢᴢ ʀ&ʙ ᴘʟᴀʏʟɪsᴛ|
심야 재즈바에서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한 박자 오래 머문 시선뿐이었다. 푸른 연기와 낮은 조명, 반쯤 남은 술잔, 느리게 걷는 베이스라인 사이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이름도 모르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이상하게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방 안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한 사람이 먼저 옆자리를 비워 두었고, 다른 사람은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진 자리였다는 듯 그곳에 앉았다. 합석한 뒤부터는 더 이상 우연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농담의 끝을 먼저 알아채고, 같은 노래를 동시에 떠올리고, 평소에는 쉽게 꺼내지 않는 이야기까지 아무렇지 않게 이어졌다.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이 멈춘 순간마다 서로가 더 선명해졌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았고, 모든 잘못 든 길이 결국 이 테이블로 데려온 것 같았다. 그날 밤은 마지막 곡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닫히는 재즈바 문, 젖은 거리, 천천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숫자, 카드키가 켜지던 짧은 불빛. 처음에는 술과 음악과 새벽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몸이 가까워진 것도, 아침까지 곁에 남은 것도 하룻밤의 충동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 뒤에도 그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 출근길 유리창에 비친 얼굴, 무심코 뒤집어 보는 휴대폰, 우연히 흘러나온 트럼펫 선율, 옷깃에 희미하게 남은 향. 일부러 바쁜 하루를 만들고, 음악을 크게 틀고, 다른 길로 돌아가도 모든 빈틈은 다시 그 사람에게 열렸다. 하룻밤은 분명 지나갔는데, 감정은 전혀 지나가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아무 약속도 없이 처음 만났던 재즈바로 돌아왔다. 한 사람만 미련하게 같은 자리를 찾은 줄 알았는데, 그곳에는 이미 다른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같은 조명 아래, 같은 잔을 앞에 두고, 마치 처음부터 만나기로 한 사람들처럼. 그 재회 이후로 둘은 더 이상 우연에 맡기지 않기로 했다. 서로의 이름을 휴대폰에 저장하고, 다음 날을 약속하고, 밤이 아닌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만나기 시작했다. 칫솔 하나가 세면대에 놓이고, 여분 열쇠가 커피통 옆에 생기고, 소파에는 자주 벗어 둔 재킷이 남았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활 속에 자리가 만들어졌다. 창문이 잘 닫히지 않는 걸 알고, 차를 얼마나 오래 우려 마시는지 알고, 잠들기 전 어떤 쪽으로 몸을 돌리는지도 알게 됐다. 몸과 몸 사이의 거리도 점점 사라졌다. 서로의 호흡과 체온, 손의 무게와 익숙한 리듬까지 기억하게 됐다. 떨어져 있으면 침대 한쪽이 지나치게 넓었고, 조용한 방은 이전보다 훨씬 차갑게 느껴졌다. 사랑은 어느 순간 설렘보다 습관에 가까워졌고, 습관은 다시 의존과 소유욕에 가까워졌다. 상대가 없는 하루가 어색해졌고, 늦은 답장 하나에도 방 전체가 달라졌다. 가까워진 만큼 서운함도 깊어졌다. 답이 늦어진 메시지, 돌아오지 않는 열쇠 소리, 식어 버린 저녁, 몇 달 동안 삼킨 말들. 처음에는 별일 아닌 척 넘겼다. 바쁜 하루였다고,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내일 이야기하면 된다고. 하지만 참아 둔 감정은 없어지지 않고 쌓였다. 결국 한 번 열린 입에서는 오늘의 서운함뿐 아니라 지나간 모든 상처가 함께 쏟아졌다. 서로는 가장 정확하게 상처 줄 수 있는 말을 알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던 입으로 사랑을 의심했고, 익숙하게 안아 주던 손으로 서로를 밀어냈다.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인 것 같았고, 가까이 누워 있으면서도 상대에게 닿지 못했다. 이게 정말 사랑이 맞는지, 아니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착각한 건지 알 수 없게 됐다. 싸움이 끝난 뒤에는 침묵만 남았다. 보내지 못한 메시지, 돌려주지 못한 열쇠, 불이 꺼진 상대의 집 앞, 이름만 남은 대화창. 화가 사라지고 나자 오히려 상대가 더 크게 들렸다. 미워했던 순간보다 다정했던 습관들이 먼저 떠올랐다. 아침마다 반쯤 남아 있던 커피, 목 뒤에 얹히던 손, 잠결에 흘러나오던 작은 목소리. 끝난 것 같았지만 둘 다 끝내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아무 말도 맞추지 않았는데도 같은 심야 재즈바로 돌아왔다. 한 사람은 창가의 자리에 앉아 옆자리를 비워 두었고, 다른 사람은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자리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다. 변명도, 완벽한 사과도, 다시는 상처 주지 않겠다는 가벼운 약속도 없었다. 다만 서로가 여기에 돌아왔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때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인정했다. 기다렸던 것도 사랑이었고, 미워했던 것도 사랑이었고, 끝내 열쇠를 버리지 못한 것도 사랑이었다. 서로를 망가뜨린 방식까지 아름답다고 합리화할 수는 없었지만, 그 안에 아무 감정도 없었다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사랑은 언제나 다정하지 않았고, 때로는 두려움과 자존심 속에서 모양을 잃었다. 그래도 결국 다시 손을 뻗게 만든 감정은 사랑이었다. 둘은 서로의 최악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라지는 방식도, 차갑게 변하는 방식도, 상처를 감추기 위해 더 날카롭게 말하는 방식도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걸 보고도 다시 가까워졌다. 과거를 잊어서가 아니라, 상처가 작아서가 아니라, 정확히 무엇이 망가졌는지 알고도 다시 서로를 선택했다. 다시 붙잡은 몸은 낯설지 않았다. 오래 떨어져 있었는데도 서로의 몸은 거리와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손은 자연스럽게 익숙한 곳을 찾았고, 호흡은 다시 같은 박자에 놓였다. 그리웠던 건 단순한 체온이 아니라,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던 정확한 감각이었다. 가장 깊이 상처 준 사람과 가장 깊이 맞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둘은 더 이상 그 모순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한 번의 눈맞춤에서 시작해, 하룻밤의 충동과 일상의 침투, 사랑과 습관, 집착과 파국, 침묵과 재회, 그리고 다시 서로를 선택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처음에는 분위기였고, 나중에는 전부였던 사람이었다. 하룻밤으로 끝내기엔 너무 오래 남았고, 사랑이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많이 돌아왔다. 지독하게 꼬였는데 이상하게 끝나진 않는 사이였다. 🎧 본 영상에 사용된 음악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음원입니다. 음원, 가사, 편곡 및 영상 구성의 무단 복제, 재업로드, 편집, 리믹스, 샘플링, 상업적 사용 및 타 플랫폼 배포를 금지합니다. 사용 문의는 댓글 또는 메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 [애용이애용].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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