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고백이 아니라 자수다 | playlist
리옹의 가을은 강에서 시작된다. 손 강과 론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그 안개가 프레스킬 반도의 자갈길 위로 기어오른다. 안개가 닿은 돌은 표면이 젖어 짙은 회색이 되고, 아직 닿지 않은 돌은 마른 채 연한 크림색을 유지한다. 그 경계가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내 아침 일과였다. 3층 서점의 창가에 앉아, 안개의 이동과 오늘의 첫 손님이 도착하는 시각 중 어느 쪽이 빠를지 혼자 내기를 걸었다. 대부분 안개가 이겼다. 나, 오릴리앵 세르반, 35세. 리옹 프레스킬의 헌책방 '두 강 사이에서'의 주인. 4년 전 파리에서 내려왔다. 왜 내려왔는지는 묻지 마라. 파리를 떠나는 이유는 파리에 남는 이유만큼 많다. 책방은 18세기 건물의 1층에 있었다. 참나무 들보가 높은 천장을 가로지르고, 그 들보에서 거미줄이 비단처럼 늘어져 있었다. 거미줄은 치우지 않았다. 오래된 책방에 어울렸으니까. 손님이 고개를 들어 거미줄을 보면 반드시 미소를 지었다. 미소 짓는 사람은 책을 산다. 이것은 나의 통계다. 서가는 벽 네 면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전부 덮고 있었다. 사다리가 2개 있었는데, 하나는 나무, 하나는 철제였다. 나무 사다리는 올라갈 때 삐걱거렸고, 철제 사다리는 내려올 때 울렸다. 책방에 온 지 2년쯤 되니 그 소리만으로 손님이 어떤 책을 고르는지 알 수 있었다. 나무 사다리가 울리면 문학, 철제 사다리가 울리면 역사. 서가의 위치가 그렇게 되어 있었다. 3주 전부터 반품된 책에서 낙서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리옹의 헌책방은 서로 재고를 돌린다. 내가 팔지 못한 책이 크루아루스의 작은 서점으로, 거기서 팔리지 않으면 벨쿠르의 노점으로 간다. 그렇게 돌다가 돌아오는 책도 있다. 돌아온 책의 여백에 글씨가 있었다. 연필이었다. 샤프펜슬이 아니라 목재 연필. 2B보다 부드러운 것. 글씨가 종이 위에 눌린 것이 아니라 쓸린 것처럼 보였다. 흑연이 펄프 섬유 위에 퍼지면서 글자의 가장자리가 조금씩 번져 있었다. 누군가 매우 천천히, 힘을 빼고 쓴 글씨였다. 급한 사람의 필적이 아니었다. 첫 번째 책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이었다. 73페이지 여백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세라핀, 너에게 이것만은 말하지 않았다. 계단에서 네가 넘어졌을 때 내가 손을 잡지 않은 것은 잡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책을 닫았다. 손님의 낙서. 드문 일은 아니다. 밑줄, 동그라미, 가끔 감상문. 하지만 이것은 감상문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책의 여백에 쓰인 편지. 두 번째 책은 사흘 뒤에 돌아왔다. 카뮈의 『이방인』. 마지막 페이지, 뫼르소가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을 느끼는 장면 옆에. '세라핀, 화요일마다 네가 시장에서 사오던 자두가 생각난다. 너는 자두를 씻지 않고 먹었다. 내가 씻으라고 할 때마다 웃으면서 "흙 맛이야"라고 했다. 그 말이 싫었는데 지금은 흙 맛이 궁금하다.' 같은 필적, 같은 연필, 같은 사람이었다. 세 번째. 생텍쥐페리 『야간비행』. 41페이지. '세라핀, 나는 네가 잠들 때 숨소리를 세었다.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하나로 쳐서. 네가 잠드는 데 보통 230번이 걸렸다. 나는 230번을 세고 나서야 눈을 감았다. 이제 옆에 아무도 없어서 숫자를 셀 수가 없다. 그래서 잠을 못 잔다.' 나는 세 권의 책을 작업대 위에 나란히 펼쳐놓았다. 오후의 빛이 창을 통해 비스듬히 들어와 종이 위에 내려앉았다. 파리의 빛은 아연 지붕에 반사되어 은색을 띠지만, 리옹의 빛은 론 강의 수면에 반사되어 금빛이 된다. 그 금빛이 오래된 종이 위에 내려앉으면 글씨가 호박 속에 갇힌 벌레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세라핀. 이 이름이 여자의 것인지 남자의 것인지 단정할 수 없었다. 프랑스어로는 남성형 Séraphin과 여성형 Séraphine이 어말의 e 하나로 구분되는데, 흘려 쓴 글씨라 그 마지막 획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문장의 온도는 연인의 것이었다. 자두를 씻지 않고 먹는 사람에 대해 쓰는 방식. 숨소리를 세는 사람의 방식. 이것은 사랑의 문법이다. 나는 리옹의 다른 헌책방에 연락했다. 혹시 같은 낙서가 발견된 적 있느냐고. 크루아루스의 주인 에두아르가 말했다. "있어. 세 권. 전부 프랑스 고전이야. 여백에 세라핀 어쩌고 적혀 있어." 벨쿠르의 노점상 파스칼도 같았다. "네 권 있어. 다 연필이야." 합쳐서 10권. 10권의 책에 10개의 문장. 전부 세라핀에게 보내는 편지. 전부 말하지 못했던 것들. 나는 10개의 문장을 책이 돌아온 날짜순으로 적었다. 읽어보니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사랑한 사람과 함께 살았던 시간. 그 시간 안에서 하지 못했던 말들. 계단에서 손을 잡지 못한 것. 자두의 흙 맛을 함께 맛보지 못한 것. 숨소리를 셀 때 고마웠다고 말하지 못한 것. 마지막 10번째 문장은 쥘 르나르의 『홍당무』 안쪽 표지에 적혀 있었다. '세라핀, 네가 이 책들을 발견할 확률은 거의 없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바다에 병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강에 병을 던지는 사람이다. 강은 바다보다 좁다. 강에 던진 병은 누군가에게 닿는다. 네가 아니어도 좋다. 누군가가 읽으면 된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에게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것은 고백이 아니다. 이것은 자수다.' 자수. 이 단어에서 나는 멈추었다. 자수는 범죄에 대해 쓰는 단어다. 고백이 아니라 자수라고 쓴 이유. 이 사람은 무엇을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사랑하면서 말하지 않은 것을? 옆에 있으면서 손을 잡지 않은 것을? 이것이 추리소설이라면 여기서 범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범인은 사랑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누군가이고, 피해자는 그 말을 듣지 못한 세라핀이며, 범행 도구는 침묵이다. 나는 이 범인을 체포할 수 없다. 침묵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니까. 일주일 뒤, 서점에 여자가 왔다. 50대 초반. 은발이 한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코트 깃에 맺힌 빗물이 암청색 위에서 수은처럼 또르르 굴러다녔다. 그녀는 문학 서가 쪽 나무 사다리 앞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사다리를 타지는 않았다. 서가의 맨 윗줄, 아무도 손대지 않는 책들이 있는 자리였다. "도와드릴까요?" 내가 물었다. 그녀가 나를 보았다. 어두운 밤색 눈. 밤나무 껍질 같은 색. 그 안에 마르기를 거부하는 물이 고여 있었다. "세라핀이라는 이름을 아세요?" 그녀가 물었다. 심장이 계단을 놓쳤다. 계단에서 손을 잡지 못한 그 이야기처럼. "아는데요." 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제 이름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세라핀 도르발. 한 달 전에 친구한테서 책을 선물받았어요. 뒤라스의 『연인』을. 제가 산 책이 아닌데 제 이름이 다른 사람의 손글씨로 적혀 있었어요." 강에 던진 병이 닿은 것이다. 나는 서랍에서 10개의 문장을 옮겨 적은 노트를 꺼내 세라핀에게 건넸다. 그녀가 읽기 시작했다. 첫 번째 문장에서 입술이 떨렸다. 세 번째 문장에서 코트 단추를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섯 번째에서 숨을 삼켰다. 일곱 번째에서 눈을 감았다. 열 번째를 읽고 나서 그녀는 노트를 가슴에 안았다. 종이가 코트의 젖은 부분에 닿아 글씨가 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지 아세요?" 내가 물었다. 세라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어요." "정말로요?" 그녀가 나를 보았다. 밤색 눈. 마르지 않는 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아요. 계단에서 넘어진 적은 여러 번 있어요. 자두를 씻지 않고 먹는 건 지금도 그래요. 숨소리를 세는 사람이 옆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있었는데 몰랐던 건지, 없었는데 있었다고 느끼는 건지." 세라핀은 노트를 돌려주지 않았다. 나도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코트 주머니에 노트를 넣고 문을 열었다. 밖에서 빗소리가 들어왔다. 론 강 위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물과 아래에서 흐르는 물이 부딪히는 소리. 그 소리가 서점 안으로 잠깐 들어왔다가, 문이 닫히면서 다시 사라졌다. 세라핀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뒤로도 책은 계속 돌아왔다. 여백에 연필로 쓰인 문장들과 함께. 11번째, 12번째, 13번째. 전부 세라핀에게. 전부 말하지 못했던 것들. 나는 그 문장들을 새 노트에 옮겨 적었다. 첫 번째 노트는 세라핀이 가져갔으니까. 범인은 여전히 리옹 어딘가에 있다. 헌책방에서 책을 사서 여백에 사랑을 적고 다시 파는 사람. 병을 강에 던지는 사람. 강은 바다보다 좁다. 좁으니까 닿을 수 있다. 닿으니까 아프다. 오늘 저녁 서점을 닫으면서 새로 들어온 반품을 확인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첫 권. 68페이지. 마들렌을 차에 적시는 장면 옆에. '세라핀, 너는 내가 왜 매일 아침 커피 대신 홍차를 끓였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물어봤다면 대답했을 거다. 네가 자는 동안 홍차의 김이 네 볼 위로 지나가면, 너의 속눈썹에 아주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그것을 보려고 매일 아침 홍차를 끓였다. 커피의 김은 너무 빨리 올라가서 너의 얼굴에 닿지 않았다. 홍차의 김만이 네 속눈썹에 머물렀다.' 나는 책을 닫고 서점의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펄프와 먼지와 아교와 시간이 섞인 냄새가 올라왔다. 그 냄새 속에서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의 사랑을 알고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후회를 읽고 있었다. 그것이 나와 무슨 관계인지 모르면서도, 가슴 안쪽이 물에 젖은 종이처럼 무거웠다. 창밖으로 론 강이 보였다. 가로등 불빛이 강물 위에서 길게 일렁였다. 그 불빛 사이로 빗방울이 강에 떨어지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것과 아래에서 흐르는 것이 만나는 자리. 그 자리에서 불빛이 한 번 흔들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병이 지금도 강 위를 흐르고 있을 것이다. 닿기를 바라면서. 닿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하지만 괜찮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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