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기후플레이션 - 밥상 위협하는 극한기후 | 추적60분 KBS 250919 방송

[1426회] 기후플레이션 – 밥상 위협하는 극한기후 / 2025년 9월 19일 22:00 방송 ‘더 이상 한국에 사계절은 없다.’ 기상이변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이번 여름, 이제 극한 기후는 시민들의 생활에 성큼 다가왔다. 극한 폭염과 국지성 호우, 전례 없는 여름 가뭄까지. 영화 속에서나 봐왔던 기후 재난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뚜렷한 사계절을 자랑했던 한국의 기후도 이제는 옛말. 시장에서 아열대 과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기후는 지난 몇십 년 사이 우리의 식탁을 크게 변화시켰다. 추적 60분은 기후 변화를 일선에서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는 1차 산업 종사자들을 만났다. 전쟁과 같은 날씨 속에 식량 안보를 위한 분투를 밀착 취재했다. ■ 최악의 가뭄, 재난 사태를 선포하다 지난 8월 강릉에는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심한 가뭄으로 강릉의 주 상수원인 오봉 저수지의 저수율이 15%를 넘어 11%까지 하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 각지에서 급수차가 동원되었으나 저수지의 물을 채우는 데는 역부족. 결국 시는 아파트 제한 급수 등 비상조치를 실시했다. 세탁기가 작동하는 시간을 채울 정도의 물이 나오지 않아 친척 집으로 ‘빨래 원정’을 떠난다는 한정서(가명) 씨. 또 다른 강릉 시민의 일상도 정서 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샤워 후 제습기로 물을 모아 변기를 채우는 한편, 어린 자녀와 배우자를 타지로 보내기까지 했다. 전례 없는 여름 가뭄 속에서 강릉 시민들은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름 가뭄에 신음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우리 식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배추도 강릉에서 함께 가물고 있다. 저수율이 한계선 이하로 떨어진 강릉의 오봉저수지는 농업용수조차 공급할 수 없었다. 강릉의 안반데기는 3대 고랭지 배추 산지로 유명한 곳. 그러나 제작진이 찾은 안반데기엔 수확 작업을 마친 밭에도 배추가 듬성듬성 남아있었다. 작업 중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를 아예 수확하지 않고 밭에 버려둔 것. 폭염과 가뭄에 시달린 배추가 망가진 것은 ‘꿀통’ 현상 때문. 수분이 많이 필요한 배추의 특성상 생장기에 수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끝잎이 마르고, 그 상태가 계속되면 내부부터 썩어 ‘꿀통’을 품은 모양이 되어 버린다. 아예 수확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버려진 밭까지도 보이는 안반데기. 배추 농사 경력 50년이 넘은 김시갑 씨는 안반데기 수확물의 50%가 꿀통인 현실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 농가를 덮친 극한기후 낮에는 폭염으로, 밤에는 폭우로 두 얼굴을 보여준 극한기후.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남았다. 전남 나주에서 배 농장을 운영하는 김성보 씨는 전에 없던 열과 과잉 현상을 겪었다. 김성보 씨를 따라 농장을 한 바퀴 돌자, 어느새 손안에 터진 배가 가득하다. 여름에는 벌레와 태풍을 조심해 왔던 나주. 이제는 폭염으로 인한 열과를 더 걱정해야 하는 곳이 됐다. 인근 농장의 박경철 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저장해둔 4,000만 원어치의 상품 배를 농장 바닥에 쏟아부었다. 저장할 때만 해도 없었던 까만 부분이 곳곳에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폭염에 약해진 조직들이 저장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진 것이다. 박 씨는 올해 농사가 두렵다. 같은 일을 다시 겪는다는 생각만 해도 농사를 지을 마음을 다시 먹지 못할 것만 같다. “올해도 이런 현상이 안 나타나면 좋은데 (만약) 나타난다고 하면 ‘내년에도 농사를 지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죠.” 박경철 / 배 재배 농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7월, 전남의 나주시 노안면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노안면 사람들은 노안면을 ‘물찐(침수된) 마을’이라고 부른다. 채 12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순간적으로 148mm까지 들이닥쳤다는 국지성 호우. 비가 지나가고도 물이 빠지지 않은 시설 재배 작물들은 뿌리부터 썩어 다음 농사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조생종 벼도, 포도나무도 폭우 아래서 속수무책이다. 침수 피해는 작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경남 의령군의 한 오리 농장.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에 사육 중이던 오리의 3분의 1이 폐사했다. 아직도 마르지 않은 축사 바닥에 기계가 들어오지 못해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오리 소리가 가득하던 농장이 이제는 텅 비어버린 것을 보며 농장주 이채진 씨는 말을 잇지 못한다. “1년 농사를 침수됐다고 포기한다? 어느 농가들도 그렇게는 안 해요. 어떻게든 살리려고 애를 쓰지. 근데 이 정도 되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거죠.” 노흥주 / 나주시 노안면 전 청년회장 ■ 바다의 생명을 앗아간 고수온 뜨거워진 기온은 바닷물을 데웠다. 수온이 28도에 가까워진 여수. 시에서는 작년 같은 대량 폐사 사태를 막기 위해 긴급 방류를 결정했다. 생존할 수 있는 한계 수온이 28도인 조피볼락(우럭). 여수 양식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물고기를 키우는 양식 어민들은 집단 폐사로 인한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키우던 물고기들을 바다로 떠나보내기로 했다. 2달간 사료값만 2,500만 원을 대며 키워온 8만 마리의 새끼 우럭을 버린 양식 어민은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떴다. 한계 수온이 높은 난류 어종을 양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박형근 씨는 작년 우럭 양식장을 감성돔 양식장으로 전환했다. 과거 우럭을 양식하던 때엔 여름에 양식장을 비우기가 두려웠다. “우럭은 양식에 성공하기만 하면 이제 비싸게 팔 수 있다”면서도 “마음 졸이면서 키우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해야 한다”며 어종을 바꾸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고수온은 연안 어업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부산 기장군에서 50년째 어선을 타고 있는 김영곤 선장. 부산 앞바다에서 아귀가 잡히지 않아 더 먼 해역으로 다니며 그의 하루는 길어졌다. 한때 기장 앞바다에 ‘넘쳐나던’ 아귀가 높아진 수온 때문에 사라졌다는 것의 그의 주장이다. 멀리 나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작은 연안어선을 타고, 왕복 8시간 거리까지 아귀를 잡으러 떠나기도 한다는 김 선장. 이전에는 기장 관내에서 아귀 일인자로 불렸던 그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 됐다. 제주에선 최근 해녀들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몇 차례 일어났다. 물에 직접 들어가는 해녀들에게 고수온은 치명적이다. 건강도 문제지만 어획량이 줄어든 것도 문제다. 제작진이 도두어촌계 해녀들을 따라 들어가 본 도두 바다는, 오분자기와 천추 미역, 성게 등이 풍성하던 바다가 아니다. 대형 갈조류의 감소로 숨 쉴 곳이 사라지자 어패류들도 자취를 감췄다. “(어획량이) 반 이상 줄어든 거 같아요. 옛날에는 돈이 없어도 은행가는 것보다 바다에 가서 돈을 받아왔거든. 아이들 대학교도 보내고 다 바다에서 벌어서 했는데 지금은 힘들어요.” 김방진 / 도두어촌계 해녀회장 ■ 밥상을 덮친 기후플레이션 이상 기후는 이미 밥상까지 다가왔다. 기후 변화로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여름 한 달 만에 가격이 171% 오르며 기후플레이션의 영향이 크게 나타난 시금치. 주부 김희정(가명) 씨는 오늘 8,500원에 시금치 한 단을 구매했다. 20년간 가계부를 작성해 온 김희정 씨. 20년 전 그녀가 적은 가계부에는 시금치 한 단을 1,300원에 구매했던 기록이 보인다. 시금치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콩나물을 먹는다. ‘금치’가 된 시금치를 먹기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먹거리를 제외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먹거리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없다고 굶으면서 살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생존의 가장 기반이 되는 바로 이것이 기후 위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하는 겁니다.” 조천호 /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기후는 인간의 노력으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큰 변화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극한기후와 그로 인한 생산성 하락은 이제 적응을 해야만 하는 ‘뉴노멀’이 됐다고 말한다. 먹거리라는 생존의 기반을 위협하는 극한기후. 그리고 그로 인한 기후플레이션. 미래에 드리운 기후플레이션의 그림자를 벗어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할지 방안을 찾기 위해 올여름 극한 기후가 지나간 피해 현장들을 살펴본다. 「 기후플레이션 – 밥상 위협하는 극한기후 」 편은 9월 19일 금요일 밤 22:00 KBS 1TV에서 방영된다.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Since 1983, 대한민국 최초의 탐사 프로그램 상식의 눈으로 진실을 추적한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 KBS1 《추적60분》 ✔ 제보 : 010-4828-0203 / 추적60분 홈페이지 / [email protected] ▶홈페이지 : https://program.kbs.co.kr/2tv/culture...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fxgiy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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