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그 날

구단양 읍내 한 가운데는 연못이 하나 있었다. 물의 깊이는 2m정도로 둥근 형태를 하고 있었고, 연못 가운데는 둥글고 넓은 흙이 축대로 쌓아져 그 안에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두 갈래의 가지를 뻗고 길다란 줄기와 잎을 물 쪽 아래로 길게 늘어트려 연못의 반 이상을 덮고 있었다.. 연못 바닥 물 가운데는 물동이를 이고 있는 하얀 여인의 동상이 서 있었는데 그 물동이 안에서는 분수처럼 물이 나왔다. 그러나 매일 그곳에서 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 연못은 옛날 이 고장에 불이 하도 많이 나서 산 꼭대기에 소금 단지를 묻고 동네 한 복판에 연못을 파면 화재가 나지 않는다 하여 만들어진 연못이라 하였다. 연못은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랜 세월의 소박하고 노련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연못의 물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언제나 마르지 않았고 사람들이 생각 없이 버린 이물질이 떠다닐 때도 있었다. 특별히 관리하는 사람도 없었고 시장 사람들이 가끔 청소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연못 뒤 벽에는 고장에 유명한 관광 명소 그림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습기로 페인트 일부가 벗겨진 상태로 대충 형상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그림은 매우 잘 그려진 그림이었고 읍내에서 가장 큰 그림이었다. 그 그림은 이 고장의 홍보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연못은 읍내 사람들에게는 그냥 있었던 자리에 있는가 보다 하는 정도이니 그 연못에 대해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주변에 상점 주인들은 비포장 도로에 차가 지나다니면 먼지가 많이 났으므로 긴 막대에 깡통을 끼워 분수대 물을 퍼서 신작로에 뿌렸다. 그것이 연못이 실질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유일한 효용 가치였다. 읍내 주변에는 산과 강이 있고 아름다운 절경이 많은 고장이니 그 작은 연못의 풍경은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하였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읍내 사람들은 시내 가운데를 차지 한 연못이 차라리 광장이었다면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의 역할을 하여 생계에 도움이라도 되어 더 만족해했을지 모른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연못물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렸고 장날이면 고을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연못 난간에 앉아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강정을 튀기는 아저씨는 남비 때우는 아저씨와 같이 연못 주변에 자리를 잡아 오가는 손님을 받았고 그 옆에는 자전거 타이어 와 신발, 장화 등을 때우는 아저씨가 손길이 바빴던 곳이다. 바로 맞은편에 신발 가게가 있었지만 장에 온 사람들은 새 신발을 사고도 떨어진 신발은 수선해서 가지고 갔다. 그렇게 연못은 사람들의 모습을 말없이 보고 있었다. 분수를 뿜던 그 하얀 여인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읍내 사람들의 삶의 한 부분이었던 그 연못은 많은 오해와 갈등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사람들에게 특별한 대우도 받지 못하고 반쯤 방치된 체로 세상은 변해 갔다. 연못의 소박한 이해심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 날 사람들도 하나 둘 그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그 고장의 유명한 문화재나 명소보다 사람들의 삶 한 가운데 있었던 그 연못도 어디론가 떠나고 없었다. 어디선가 또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기로 마음먹은 양 물을 뿜던 그 하얀 여인과 함께 떠나고 없었다. 지금도 그곳 땅속 어디에는 연못에 물을 대던 물구멍이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을 것이다. 출처 김인구님 그 날 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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