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수덕사의 여승 (1966)
노래 이야기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는 해발 495m의 덕숭산(德崇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수덕산(修德山)이라고도 부르는 이 산은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어 호서지방의 금강산이라고 불려왔지요. 오늘 들으시는 노래 '수덕사의 여승' 속 수덕사(修德寺) 또한 이 산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소 생소한 이름처럼 들릴수도 있지만 문화재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중 하나인 국보 제49호 수덕사 대웅전을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그 많은 사찰 중에서 콕 집어 '수덕사'를 소재로 하고, 여승의 사연을 노래로 풀어낸다니 이 곡을 만든 작곡가, 작사가 선생님들은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노래 속의 여승은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수덕사의 역사는 백제 위덕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승 지명이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수덕사는 백제의 기록에 남아있는 12개의 사찰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수덕사 경내에는 우리의 눈길을 끄는 초가집 한채가 자리하고 있는데, 일주문과 선미술관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수덕여관'입니다. 절 안에 무슨 여관이냐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숙박업소가 아닌 예술가의 작업 공간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 하네요.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깨는 독창적인 화풍으로 유럽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고암 이응노 화백께서 1944년 구입하여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이 곳에서 작품 활동을 했고 6.25 전쟁중에는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했지요. 현재는 기념물로 지정되어 수덕사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수덕여관과 관련해 떠올릴 수 있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은 '사의 찬미'의 윤심덕, 여류시인 김일엽과 함께 일제 강점기를 대표하는 '신여성'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입니다. 이 세 분의 기구한 운명과 삶의 이야기들은 지금까지도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곤 하지요. 나혜석 선생은 건강이 악화되고 1937년 친구를 찾아 수덕사를 찾게 됩니다. 사실 '수덕사의 여승'의 노랫속 주인공은 나혜석 선생이 찾아 온 1896년 동갑내기 친구 김일엽 선생이었답니다. 본명이 김원주인 김일엽 선생의 필명은 춘원 이광수 선생이 지어준 것이라고 합니다. 연애대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다가 한국 여성 최초로 일본 유학길에 오릅니다. 일본 최고의 가문에서 자란 은행 총재의 아들 '오다 세이조'를 만나 운명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집안의 반대로 결혼에 실패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들이 태어났고 호적에도 올릴 수 없는 상황인지라 아버지 친구의 양자로 입적되었지요. 사랑에 실패하고 인생의 덧없음을 겪은 김일엽 선생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수덕사의 여승이 됩니다. 후에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바다를 건너 찾아온 아들을 거두지 않고 절 밖에서 재웠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속세에서 맺어진 인연은 손세에서 끝난 것이니 나는 더이상 너의 어머니가 아니다, 라며 모질게 모자의 정을 끊으려 했던 것이지요. 이 때 수덕여관에서 지내고 있던 나혜석 선생이 그 아들을 데려다 같이 지내며 친어머니처럼 보살펴주었다고 합니다. 유명한 동양화가이자 스님인 일당 김태신 선생님이 바로 그 아들입니다. "인적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온 님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켜고 홀로 울적에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산길 백리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염불하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맺은 사랑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켜고 홀로 울적에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송춘희 선배님이 이 노래를 발표하고 큰 히트를 기록하자 수덕사 앞 주차장에 노래 기념비를 세웠지만 며칠 후 수덕사의 스님들이 이 노래비를 무너뜨렸다고 합니다. '속세에 맺은 사랑~'과 같은 가사가 당시 스님들이 받아들이기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수 없었겠지요. '수덕사의 여승' 노랫속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신여성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있답니다. 일엽 스님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이 노래를 감상해 보시면 막연했던 노랫말이 더 깊이 와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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