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빼앗기고 원수의 문간 종이 된 거상, 그는 왜 웃었을까 | 야담 | 민담 | 전설 | 옛날이야기 | 오디오북

0:00 눈밭에 처박히고도 원수를 올려다보며 빙긋 웃는 폐인 4:42 "빚 문서는 태우면 되지만 그 입은 백 리를 간다" 신용을 무겁게 여긴 거상 7:40 "한씨 핏줄이 어디 남입니까" — 상단의 목숨줄인 장부를 사촌형에게 11:17 물안개 자욱한 새벽, 제 창고에서 나온 궤짝과 제 인장이 찍힌 위조 장부 14:15 오랏줄에 끌려 나가며 돌아본 안방 상석에, 이미 앉아 있는 사촌형 18:50 사흘째 식지 않는 주먹밥 — 다리에서 얼어 죽은 아낙을 거뒀다는 한마디 27:03 다 해진 폐인의 몰골로, 제 모든 걸 앗아 간 원수의 문 앞에 무릎을 꿇다 33:24 지워진 얼굴은 몰라봐도, 셈할 때 손가락 꼽는 버릇이 옛 주인을 불러내다 39:50 원수가 제 조상으로 갈아 끼우려는 성씨가, 하필 얼어 죽은 아내의 것 47:30 원수를 태우려면, 이십 년 쌓은 제 이름 석 자마저 함께 불에 던져야 한다 50:00 문갑 깊은 곳 노비 문서 한 장 — 이 모든 원한의 첫 죄가 제 아버지의 것 56:45 두 장을 상 위에 내려놓기 직전, 심장 위 그 종이에 손이 한 박자 멈추다 60:11 소리가 아니라 발소리로 — 하나씩 등을 돌려 마당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67:32 "들어오너라, 밖이 춥다" — 원수의 자식에게 내미는 손 69:17 이십 년을 품고 다니던 핏빛 종이를, 마침내 아궁이 불에 넣다   무진 고을 달내나루의 절반을 손에 쥔 거상 한도현은, 소금배 두 척을 스무 해 만에 수십 척 상단으로 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재물보다 무겁게 여긴 것은 신용이었지요. 흉년에도 곡식값을 올리지 않고, 갚지 못하는 이의 빚 문서를 아궁이에 태우며 "죽어 가는 자에게서도 등을 벗기지 않는다"던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름을 무너뜨린 것은, 다름 아닌 제 발로 곁에 들인 단 하나의 피붙이였지요. 핏줄을 믿고 상단의 목숨줄인 장부를 통째로 맡긴 그 손이, 밤마다 상단의 속살을 베껴 위조 장부를 짜고, 도현을 옥에 가두고, 상단을 통째로 삼켰습니다. 옥바라지를 하던 아내는 얇은 저고리로 눈길을 오가다 다리 밑에서 얼어 죽고, 도현은 손끝을 깨물어 적은 종이 한 장을 심장 위 저고리 안섶에 눌러 넣은 채 고을에서 쫓겨났지요. 그리고 이태 뒤, 죽은 줄 알았던 그 거상이 제 모든 걸 빼앗은 원수의 문간에 폐인이 되어 종으로 기어들었습니다. 발끝에 채여 눈밭에 나뒹굴면서도, 도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지요. "고맙습니다, 형님." 도현이 노린 것은 원수의 힘이 아니라 원수의 욕심이었습니다. 마당을 쓸고 물을 긷는 문간 종의 눈으로 원수의 판을 낱낱이 읽어, 신분에 굶주린 원수가 제 발로 벼랑 끝까지 걸어가게 만들었지요. 그런데 복수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던 도현은, 원수가 제 조상으로 갈아 끼우려는 그 명문가의 성씨가 하필 눈밭에 얼어 죽은 아내의 성씨임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문갑 깊은 곳에서 나온 오래된 노비 문서 한 장은, 이 모든 원한의 첫 죄가 원수가 아니라 제 아버지의 손에서 시작되었음을 들려주었지요. 여러 해를 벼려 온 칼끝이 제 아버지의 얼굴 앞에서 무뎌지고, 원수를 태우려면 이십 년 쌓은 제 이름 석 자마저 함께 불에 던져야 한다는 것을 도현은 깨닫습니다. 마침내 궁중 공납권 수여식 날, 원수를 끝낼 두 장의 종이를 상 위에 내려놓기 직전 — 도현의 손은 심장 위 그 종이에서 한 박자 멈추었지요. 남을 짓밟고 오른 자리는 발소리 하나에 벼락처럼 무너졌고, 남의 등을 벗기지 않은 이름은 여러 해를 살아남아 끝내 사람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원수를 무너뜨린 그 불길 속에 제 옛 이름마저 타 버려, 이겨도 손에 남는 것이 없는 승리였지요. 그 텅 빈 손으로 도현은 아비를 잃고 문밖에 선 원수의 자식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들어오너라, 밖이 춥다." 위에서 아래를 굽어살피던 사람이, 이제는 누구도 마당 아래 세우지 않게 된 것이지요. 짓밟힌 자는 어째서 웃었을까요.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다시 그 아들에게로 대물림되던 그 원한의 고리를, 누가 제 손으로 끊어 낼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심장 위에 이십 년을 품고 다니던 그 핏빛 종이를 끝내 아궁이 불에 넣은 밤, 도현의 가슴에서 사그라든 것은 원한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오랜 죄의 대물림이었을까요.   #야담상원 #감동 #감동이야기 #야담 #옛날이야기 #전래설화 #구전설화 #한국설화 #민담 #오디오북 #오디오드라마 #시니어사연 #감동사연 #잠잘때듣는이야기 #자기전이야기 #권선징악 #조선시대이야기 #사극 #노후사연 #사연라디오 #인생이야기 #반전사연 #거상 #조선상인 #상단 #복수 #배신 #서얼 #족보 #부성애 #대물림 #용서 #반전드라마 #가족   달빛 아래 정겨운 옛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야담상원입니다. 잠 못 드는 밤, 도란도란 건네는 이야기로 여러분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닿으셨다면, 야담상원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함께 전해 주세요. 여러분의 밤이 조금 더 포근해지도록, 매주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본 영상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새롭게 재구성한 창작 오디오 콘텐츠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무관한 가상의 설정입니다. COPYRIGHTⓒ야담상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