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의 일기 -AIMF-

광인의 일기 - 마르 - 종이 끝이 다 닳도록 써내려간 글자들 누가 봐도 엉망진창, 틀린 말만 가득해 어제는 하늘이 무너졌다고 적고 오늘은 땅이 솟아오른다고 써놨어 사람들은 날 보며 미쳤다고 웃고 지나가 그래, 나도 알아, 내 말은 아무 의미 없단 거 하지만 이 가슴 속에 쌓인 말들을 어디에다 풀어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써 이건 그냥 넋두리야, 진심도 아니고 그냥 살다 보면 쌓이는 먼지 같은 이야기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아 종이 위에라도 내 마음이 쉬니까 거울 속에 나는 누구일까, 자주 물어봐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나고, 울고 있는데 웃어 어제 만난 사람은 내 이름을 기억 못 하고 오늘 지나간 바람은 내 얘기를 듣지 않아 길가에 핀 꽃도, 지나가는 강아지도 나를 보면 피하듯 돌아서버려 그래, 나는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조각 제자리에 끼우려 해도 자꾸 빗나가기만 해 이건 그냥 넋두리야, 거짓도 아니고 그냥 살다 보면 부서지는 마음 조각들 누가 이해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글자로라도 내 모습을 남기니까 쓰고 또 지우고, 지우고 또 써도 결국 남는 건 흐릿한 글자와 볼펜 자국 어느 날은 이 일기장도 불태워버릴까 아니면 영원히 이 서랍 속에 묻어둘까 오늘은 해가 졌다고 적고 내일은 해가 뜰 거라고 써놔 비록 내 눈에는 어둠만 가득해도 글자 속만큼은 밝은 세상 살고 싶어 사람들은 날 광인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저 살아있는 걸 증명하고 싶었을 뿐 이 세상이 조금만 더 내 편이었더라면 나도 평범한 이야기 쓸 수 있었을 텐데 이건 그냥 넋두리야, 끝도 없는 이야기 그냥 살다 보면 터져 나오는 숨결 같은 것 누가 기억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이 한 장이 내 온 마음이니까 마지막 글자 끝에 펜을 놓고 보니 창밖에는 달이 외롭게 떠있네 나와 닮은 모습, 말 없이 빛나네 그래,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