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의 모래시계

00:00 PART1 03:38 PART2 소복히 쌓이던 첫눈이 내리는 어느 날 그 적막한 시간에 나는 조용히 서 있었어 뽀드득 걸음걸이마다 들려오는 소리 그 소리가 이상하게 내 마음을 조여왔어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 봄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나 봐 저 발자국 소리는 내게 찾아오는 불청객이란 걸 이제는 너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것조차 숨이 조여오듯 막히고 눈앞이 흐려져 잘 보냈다 잘 살았다 돌아보니 모든 선택이 내 삶의 조각이었다 후회하는 선택도 잘 고른 선택도 나의 모래시계 안에서 한 알 한 알 떨어진 모래 이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무섭다는 마음보다 이상하게 편안해지는 게 이제야 받아들이나 봐 온전히 나의 끝을 조용히 바라보는 일 하얀 눈 위에 남은 발자국처럼 내 삶도 여기까지 왔나 봐 봄은 오지 않아도 겨울은 아름다웠고 사라지는 순간에도 나는 나였으니까 잘 보냈다 잘 살았다 돌아보니 내 모든 날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어 모래시계 안의 모래들이 마지막 산을 만들 날 점점 다가온다 해도 나는 이제 고개를 끄덕여 소복히 쌓이는 첫눈 아래 마지막 숨처럼 고요히 나는 나를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