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좀 그래

평소와 다르지 않은 밤 왠지 모를 감정이 올라 와 창문 앞에 멈춰 서 보니 내 방보다 밖이 더 가까워 불빛은 저마다 살아 있는데 내 안쪽만 조용히 꺼져가 하루는 분명히 끝났는데 마음은 아직 돌아오질 않아 웃고 떠든 말들이 유리 위에 김처럼 흐려져 손끝으로 닦아내 봐도 내 얼굴만 낯설게 번져 아무 일 없던 하루라서 더 설명할 말이 없어 난 괜찮은 척 걸어온 길이 창밖에서 나를 바라봐 방 안엔 소리도 없고 초침만 나 대신 걸어 가만히 숨을 삼키면 이 밤이 더 깊게 번져 창밖엔 차들이 흘러 다들 어디론가 가고 나는 돌아온 곳에서 아직도 도착하지 못해 오늘 좀 그래 별일도 없었는데 난 창문에 기대 선 채로 내 마음만 밖에 두고 와 오늘 좀 그래 불빛은 다 돌아가는데 내 방은 너무 조용해서 내 숨마저 남의 것 같아 오늘 좀 그래 오늘 좀 그래 괜찮은 하루였는데 나만 조금 비어가네 창밖에 흩어진 밤 네 마음이 떠다녀 손 닿을 듯 멀어져 조용히 널 감싸 씻고 나온 거울 앞엔 낮에 입던 표정이 남아 물기 어린 얼굴 위로 모르는 내가 잠깐 지나가 가방 안엔 영수증 몇 장 오늘을 산 흔적 같아 분명히 다 지나왔는데 뭐 하나 가진 게 없는 밤 휴대폰은 밝게 켜져도 누를 말은 딱히 없어 대화창을 열어 봤다가 괜히 다시 어둠에 덮어 침대 위 이불 속 남은 온기 온몸을 덮어, 익숙한데 왜 내 마음은 길을 잃고 서성이나 오늘 좀 그래 별일도 없었는데 난 창문에 기대 선 채로 내 마음만 밖에 두고 와 오늘 좀 그래 불빛은 다 돌아가는데 내 방은 너무 조용해서 내 숨마저 남의 것 같아 오늘 좀 그래 오늘 좀 그래 괜찮은 하루였는데 나만 조금 비어가네 괜찮아 말하지 않아도 돼 흐려진 밤 사이로 잠깐 기대도 돼